[움짤,장문] 세 명의 투우사 (@베티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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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회 연결
본문
세 명의 투우사
고겜 대항해시대4 해봄? 배 타고 모험하는 게임인데 꽤 재밌음 ㅋㅋ
항해를 하다가 세빌리아(=세비야) 항구에 기항하면 투우사를 동료로 데려오는 이벤트가 나오는데, 여기서 투우에 대한 설명을 간단하게 들을 수 있었다. 한 명의 투우사가 혼자 소를 조지는게 아니라 말 타고 소랑 힘겨루기하면서 체력을 빼는 투우사가 있다. 이걸 피카돌(picador)이라고 한댄다.
그렇게 힘이 다 빠진 소를 주역인 투우사가 등장해 비수를 꽂아넣으며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데 이 역할을 하는 투우사를 마타돌(Matador)이라고 한댄다. (잔인한 장면 생략합니다)
투우 알못이라 저게 맞는 설명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치만 마타돌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축구선수는 하나 알고있다. 2000년대 중반 비야레알에서 "로만"이라고 써진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선수. 후안 로만 "리켈메"로 우리에겐 더 친숙한 이름이다.
자신만의 개인기와 리듬으로 소를 몰듯 수비수들을 농락하다가 심장을 꿰뚫는 패스를 날리던 리켈메의 플레이와 "마타돌"이라는 별명은 꽤나 잘 어울린다.
마타돌에게 피카돌이 필요하다면, 리켈메에겐 마르코스 세나가 있었다. 전투적이고 영리하며 헌신적이었던 수비형 미드필더. 세나는 리켈메가 제공할 수 없던것들을 해냈다. 비야레알은 리켈메, 세나와 함께 05/06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며 경쟁력있는 축구를 선보였다. 이 숙련된 피카돌은 스페인 국가대표에도 소집되어 다비드 실바, 이니에스타같은 또다른 투우사들을 보좌하며 유로 2008 우승에 기여했다.
베티스 원정에 나선 아틀레티코는 세 명의 투우사가 활약하며 어려운 경기에서 승리를 따냈다. 악셀 비첼과 죠프리 콘도그비아는 소 싸움 못지않게 치열한 중원 전투와 베티스의 공세를 버텨내며 시메오네의 목적인 수비력 안정과 중앙 장악에 공을 세웠다.
두 피카돌의 분전으로 포백은 안전해졌고 최소한의 포제션이 확보되었다. 느린 템포, 완만한 공격으로 결판이 나지않자 게임의 흐름은 좀 더 빨라졌고 홈 팀인 베티스는 조바심을 드러냈다. 방심하면 실점하는 국면이 됐고, 우리의 마타돌 그리즈만이 베티스의 숨통을 두 차례 찌르며 승점 3점을 확보해냈다.
시메오네식 승리
비슷한 전력의 팀을 원정에서 상대하는 시메오네의 운영이 제대로 먹혀든 경기. 베티스의 우측 공격을 예상하여 좌측에 사울을 선발, 상대 윙백의 공격수위에 따라 4백과 5백의 중간형태로 맞섰고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중앙에 배치해 측면을 지원하고 포백을 보호하는 한편 최후방의 빌드업을 돕게했다.
두 명의 센터백은 적극적으로 중앙으로 내려온 공격형 미드필더 성향의 동료(그리즈만, 코레아)에게 한번에 패스를 시도했다. 높은 포제션에서 정교한 공격으로 득점을 노리기보단 단단하게 버티면서 상대의 틈을 노렸고 선취골을 얻어내면서 상대의 공세를 유도해 또다시 틈을 만들어냈다.
[히메네스의 전진패스가 중앙의 그리즈만을 향했다. 끊겼을때의 위험부담은 있지만, 난 이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시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압박라인 2단계를 단숨에 건너뛸 수 있는 공격적인 시도. 게다가 이 패스는 성공하면 상대의 최종수비라인을 퇴각시킬 수 있어 내려앉은 상태에서는 보이지 않는 틈을 찌를 수 있다.]
[콘도그비아가 하프라인에서 베티스 선수 2명을 달고 버틴 뒤 그리즈만에게 땅볼연결시도. 후방에서 좌중간의 그리즈만을 노려 적극적인 패스를 시도했다. 공격적인 재능이 좋은 선수가 최대한 높은위치에서 자주 볼을 잡게하는게 좋다.]
[이번에도 하프라인 근방에서 그리즈만에게 볼을 잡게했다. (생략했지만) 아깐 사울을 노린 긴 좌측패스를 시도했던 그리즈만이 이번엔 몰리나와 우측에서 연계를 가져간다. 플레이의 가짓수가 많다. 땅볼로 주고받다가 측면으로 전진기동하며 파이널서드 진입. 짧고 빠르게 연결을 이어가며 박스 안쪽 진입까지 했다. 트리피어 있을때의 기동과 일견 유사하지만, 그리즈만은 직선기동 뿐만 아니라 보다 입체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 장면 이후에 나온 해설 멘트는 "When Griezmann touches the ball, something happens. So clever, so intelligent.]
[중원 경합에서 비첼이 따낸 볼을 그리즈만이 빠른판단으로 뒤로 돌려 소유권을 안정시켰다. 사비치는 코레아를 노려 공격적인 땅볼패스를 했다. 최후방 수비수들이 하프라인 근처의 그리즈만, 코레아를 노린다는 확실한 컨셉이 드러난다.]
[몰리나의 저돌적인 전진은 점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있다. 코레아까지 가담해있던 우측 박스 외곽에서 아틀레티코답지 않은 짧고 정교한 연계로 그림을 만들어갔다. 그리즈만이 침투해 골망을 갈랐다.
바르셀로나인줄 알았넹.. 이번시즌 최고의 골이라 해도 무방. 두 번의 득점 모두 득점이 나올 맥락에서 터진것이라 바람직하다. 이 흐름에선 베티스가 공격에 정신이 팔리며 수비집중력, 수비라인 복귀를 게을리했다. 그러면 수비가 수적 열세를 가지지 못하는 지점이 발생하고만다.]
그리즈만과 코레아를 교체한 후 수세로 몰린건 라요전의 실패를 연상케했지만, 두 골의 여유가 있었기에 무리없는 운용이었다. 결과적으로 베티스의 공세를 한 골 이하로 억지하면서 약간의 체력안배를 하며 승리한다는 목표가 모두 달성되었다.
원정에서의 강세를 이어가며 지난경기 나빴던 흐름을 반전시켰다. 심버지를 집에서 내쫓아버리면 경기력이 더 좋아질까? 모를 일이다. 공교롭게도 다음 경기는 레버쿠젠과의 홈 경기. 여기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22-23시즌 아틀레티코의 챔피언스리그는 22-에서 멈추게된다. 위기에 강한 남자 시메오네가 귀신같이 팀을 살려낼 수 있을까?
선수별 코멘트
오블락 : 부상 후 복귀. 선방쪽에선 두드러진 모습은 없었다. 페키르의 골은 골키퍼가 어찌 할 수 있는게 아니었고, 취소된 루이스 엔리케의 골은 오블락이라면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취소됐으니 상관없다. 기묘하게도 킥이 좀 괜찮았다. 손오공도 아니고 아프니까 강해지나?
몰리나 : 이젠 든든한 느낌까지 든다. 저돌적인 전진으로 추가골에 기여. 수비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었고 도리어 중앙수비를 커버해주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크로스도 조금씩은 개선되고있다. 물론 이날도 땅볼을 통한 연계가 좀 더 편해보이긴 했다.
헤이닐두 : 입단 후 최악의 실수가 나왔으나 골 취소 판정이 되며 죽다 살아났다. 밥 먹듯 선보이던 화려한 수비플레이는 많지 않았으나 우측공격을 주로 시도한 베티스의 공세를 굳건히 버텨냈다. 센터백의 전진수비를 커버하는 민첩한 몸놀림도 훌륭.
[히메네스의 전진차단이 실패해 뒷공간이 크게 났다. 그래도 된다. 우린 헤이닐두가 있으니까. 순식간에 달려와 태클로 저지.]
사비치 : 공중볼도 잘 잡아냈고 박스 안쪽에서의 방어도 준수. 미드필더가 지연시킨 상대의 공격을 클리어하는 수비도 안정감이 있었다.
히메네스 : 틈을 가끔 내주긴했다. 전진수비로 저지하려다 실패해 뒷공간을 내준다든지, 실점의 빌미가 된 위험지역 프리킥을 내준다든지. 그래도 대체로는 집중력있게 박스를 방어해내고 상대의 슈팅, 크로스 시도를 블락해냈다. 하프라인을 단숨에 노리는 패스 시도가 괜찮았었다. 좀 더 히메네스가 적극적으로 킥을 할 수 있게 세팅을 해주면 좋겠다.
코레아 : 성실한 수비가담은 왜 심버지가 펠릭스 대신 코레아를 선발로 쓰는 지 알 수 있는 대목. 공격에선 논두렁 트래핑으로 일관했으나 후반 급작스럽게 볼 컨트롤이 살아나며 추가골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공격적으론 종잡을 수 없는 선수긴하다.
사울 : 수비전술적으로는 나름대로 임무 수행을 했다. 상대 윙백 사발리의 위치에따라 4백과 5백을 오가며 좌측 수비의 방어막 역할을 맡았다. 공격적으로는 역습 시 동료들과 동선이 겹치며 얼타는 모습이 이번에도 나왔다. 어쨌거나 사울은 중앙, 하프스페이스 지향적으로 기동하려는 습성이 있어 측면쪽에서 와이드한 움직임을 시키기엔 어려움이 있다. 열심히 전방압박하고 상대의 전진시도를 저지하려는 성실성이 두드러졌던 게임.
콘도그비아 : 좋은 폼을 이어가고있다. 베티스의 우측공격에 맞서 좌측수비를 지원하며 자주 볼 탈취와 공격 저지를 해냈다. 왼발만 가지고 축구를 하는데도 볼 간수나 압박저항이 된다. 간헐적인 중거리슛 시도가 있었다. 중거리 슈팅능력을 갖고있는 선수니 기회 오면 적극적으로 시도해보면 좋겠다.
비첼 : 중앙 미드필더로도 훌륭한 경기력을 내고있다. 비첼, 콘도그비아를 동시에 세우니 경합에서도 약하지 않고 볼 간수 및 측면전개도 어느정도 가능한 안정감있는 중원 구성이 나온다. 2미들로도 중원싸움을 해나갈 수 있는건 고무적이다.
모라타 : 생일은 축하한다만 개인적으론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교체가 마땅한 경기력. 원톱이 힘든건 안다. 어려운 경합을 자주 해야한다. 반칙성 플레이가 불리지 않으면 타개하기 쉽지않다. 그렇긴해도 도움되는 플레이가 가끔은 나와야 의미가 있다. 볼 처리를 빠르게 해주면서 연계에 기여한것도 없고, 그렇다고 수비를 확실하게 제압해 도움수비를 유발하거나 자기 전선에서 치고나가는 장면이 나온것도 아니다. 이날의 경기력은 카메요를 불러다가 세워놔도 더 낫지 싶을정도였다. 극초반 활약할 때 "시즌 내내 활약할 수 없다는건 역사적으로 증명됐다"고 썼는데 역시나 그대로 가고있다.
[이런게 모라타의 아쉬운 점이다. 빠르게 처리해주지도, 수비를 제압하지도 못한 채 나쁜 선택을 강요받아 볼 소유권을 잃었다.]
그리즈만 : 공수에서 축구를 그냥 잘 한다. 기술도 좋고 머리도 좋다. 이날은 운도 따라주며 멀티골로 MOM, 어려운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즈만을 빼게되면 창조성은 물론이고 안정성도 떨어진다. 전방에서의 유연한 압박과 수비가담이 안되어 그냥 두드려 맞는 흐름으로 넘어가곤 한다.
[베티스의 투박한 패스를 뒤에서 추격해 뺏어오는 그리즈만. 예측력을 토대로 수비기동력도 좋다.]
쿠냐(서브) : 성급한 의사결정을 보인 장면도 있었지만, 추가골에 관여하면서 밥값을 한 날이 됐다. 벤치에서 출격함에도 하이라이트에 나올법한 장면에 매 경기 등장한다는게 쿠냐의 긍정적인 면.
카라스코(서브) : 교체투입 직후엔 오른쪽에 위치. 카라스코는 주발이 오른발이므로, 오른쪽에 배치되는것도 나쁘진 않다. 좌측에선 오른발에 볼을 갖다놓고 박스 안으로 꺾어들어오는 경운기 움직임이 강제된다. 오른쪽에선 그냥 직선으로 치고들어가며 크로스를 시도할 수 있다.
사울이 빠진 후론 제 자리인 왼쪽으로 돌아갔다. 베티스가 공세를 하는 흐름에 출전했기에 카라스코가 드리블로 시간을 끌고 빈틈을 노리는게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펠릭스(서브) : 퍼스트터치를 가져갈 때 개인기를 부리며 수비를 단숨에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펠릭스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그런 플레이에서 턴오버가 나오는 비중이 더 높기때문에 펠릭스를 선발로 안 쓰게되고, 그런 플레이에서 소수의 선수만이 할 수 있는 균열 생성이 가능하니까 펠릭스를 키워야한다. 이날은 공세에 나선 상대의 뒷공간에 드리블 시도를 하고 득점기회를 노리는 등 존재감이 없진 않았다. 막판의 유효슈팅에서 득점이 나왔다면 자신감 회복에 도움이 되었을텐데, 운이 따르지 않았다.
정보)클럽레코드로 벤치를 데우면 열을 잘 받아서 더 따뜻해요!
[이런걸 하니까 주앙 펠릭스를 안 쓰게 되고, 이런걸 하니까 주앙 펠릭스를 키워야된다. 지금은 성공률이 떨어져서 주전급으로 쓸 수가 없다. 선발로 내보내서 60분동안 저짓을 하고있으면 누가 쓴단말인가? 물론 다 실패하는건 아니지만.. ]
[콘도그비아와 비첼이 서로 볼을 주고받으며 소유권을 확립하고 사울에게 패스가 전달된다. 사울은 역시 측면보다는 하프스페이스, 중앙에서 플레이하는게 능숙해보인다. 펠릭스가 개인기 콤보로 서너명의 베티스 수비를 자기 주위로 묶어두고 넓은 공간으로 빠져나왔다. 우측 하프스페이스로 그대로 이동해 몰리나, 카라스코와 삼각연계해서 전진스루패스 성공. 그래 이거야! 이런 플레이를 반복적으로 성공시키면 펠릭스를 당연히 써야한다.]
[개인돌파를 통한 역습. 몸싸움에 밀리긴 했으나 전진패스까지 성공했다. 데 폴이 펠릭스의 침투를 기다려 침착하게 박스 안쪽 스루패스 성공. 조금 길긴했다. 펠릭스가 회심의 슛을 날렸으나 선방에 가로막혔다. 이런 걸 넣어주면 지금 경기 흐름상에서도 매우 도움되고 본인의 자신감 회복에도 좋았을텐데 운이 따르지 않는다. 그리즈만은 두 번 다 럭키골이 들어갔는데 안될놈인가 얜?]
데 폴(서브) : 짧은 시간 출전. 의욕적인 압박 참여, 펠릭스에게 찔러준 좋은 패스 등으로 출전시간 대비 플레이 내용은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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