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 사우디전 패배 후 메시와의 일화를 공개한 데 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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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데 파울은 월드컵 첫 경기였던 사우디전 패배 후 있었던 일화를 공개했다.
"사우디에게 패배한 날은 정말 엄청 힘들었다. 우리는 패배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때는 어떤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혼자서 폰만 쳐다보니 걱정도 많아지고 잡생각이 많이 들었다."
"다음 날 오전 팀 훈련도 쥐죽은 듯 조용히 진행됐다. 농담 한 마디 오고가지 않았다. 훈련이 끝난 후, 스칼로니 감독은 오후에 가족들을 만나서 머리를 비우라고 자유시간을 부여했다."
"하지만 난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오후에 자유시간을 받았다고 알리지 않았다. 난 그냥 혼자 있고 싶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숙소에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보니 메시가 거기 있었다. 내가 왜 여기 있냐고 물어보니, 아이들에게 지금 상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난 그냥 방으로 가자고 말했다."
"우리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한동안 서로 침대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는 소리만 들렸다. 그러다 내가 말을 꺼냈다. '형, 지금 잠 못 자겠죠?'. 메시는 그렇다고 답했다. 난 그럼 경우의 수나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결국 우리는 오후 2시부터 저녁 시간까지 대화를 나눴다. 다른 선수들은 전부 가족들을 만나러 나가서 숙소에는 우리 둘밖에 없었다. 우리는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다."
"보통은 내가 다른 선수들이 했던 얘기들까지 전부 떠들어대고 메시는 들어주는 역할이다. 하지만 그 날은 반대로 메시가 대화를 주도했다. 우리는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점검했다. 멕시코에게 비기거나 지면 거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을 생각만 해도 무섭고 긴장됐다."
"우리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얘기했지만, 메시는 굉장히 자신감 있게 얘기했다. 이건 우리의 월드컵이고, 다 잘 될 거라는 식으로 말했다. 사실 메시가 했던 말의 내용은 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메시의 자신감 있는 태도가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그러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갔고, 다음 날부터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데 파울은 멕시코전 당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즈가 보여준 태도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우리는 보통 경기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음악을 틀고 다같이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그 날은 조용히 노래만 들었다. 다들 몹시 긴장한 상태였다."
"버스가 경기장에 도착했는데, 마르티네즈가 내리지 않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리는 모두 따라불렀다. 갑자기 긴장이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경기 일정상 경기장에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우리가 시간이 됐는데도 버스에서 내리지 않으니까 FIFA 관계자가 재촉하러 왔다. 우리는 너무 열창해서 땀을 흘리면서 버스에서 내렸다."
"하지만 월드컵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는 멕시코전 전반에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날 우리를 이기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메시밖에 없었고, 결국 메시가 해냈다. 그 순간부터 우리는 승리를 위한 기계처럼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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